5월 소비자물가지수가 1년 전보다 3.1% 올라 2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2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했다. 석유류 물가가 24.2% 치솟고 한국은행이 중시하는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2.9%에서 3.3%로 뛰었다. 전쟁의 영향이 아직 본격 파급되지도 않았다고 하니 앞으로도 3%대 고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510원대를 넘나드는 원∙달러 환율도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금리 인상을 시사한 신현송 한은 총재는 전날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통화정책 조정의 장애물이 적다”며 거듭 긴축 신호를 보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는 당장 서민층과 중소기업 등 경제의 ‘약한 고리’에 직격탄이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년 전보다 3.6% 성장한 와중에 가계 실질소득은 고물가에 발목이 잡혀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성장의 과실이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인 셈이다. 반도체 등 특정 산업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는 반면 고금리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4월 법인 파산 신청 누적 건수가 전년 대비 20%나 늘었을 정도다. 반도체와 비반도체, 뜨거운 증시와 식어 가는 민생 경제의 괴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경제 현실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페이스북에서 3고 현상을 ‘불가피한 성공의 비용’이라고 규정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X(옛 트위터)에서 ‘반도체를 빼면 코스피는 4100~4200선’이라는 기사를 비판하며 ‘반도체 착시론’에 대해 반박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컴퓨터와 조선·2차전지 등의 수출도 잘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 단일 업종이 42%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옹색한 해명으로 들릴 수 있다.
반도체 사이클에 이끌린 지금의 성장과 증시 활황이 오롯이 우리 경제의 실력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착시’ 효과에 안주하지 말고 정교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물가 대책과 취약층 지원으로 민생 부담을 덜어 주고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를 서두르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에 드리운 ‘K자형 양극화’의 짙은 그늘을 걷어 내기 어렵다.
서울경제사설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