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9.64%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 7.71%에서 무려 1.93%포인트나 올렸다. 이런 전망대로 대만 경제가 성장한다면 10.25%를 기록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 된다. 주요 선진국들이 성장 둔화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수치는 고무적이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반도체 수요 폭증이 대만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를 중심으로 반도체 생태계가 AI 시대 최대 수혜자가 된 결과다. 한국 역시 반도체 호황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5월 수출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코스피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성장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 2.0%에서 2.6%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 있다. 대만과 한국은 모두 반도체 특수를 누리고 있지만 산업 구조와 성장 전략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대만은 TSMC를 중심으로 첨단 파운드리와 패키징, AI 서버,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생태계를 구축했다. 반면 한국은 반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 최근 코스피 급등세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이끌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상당수 제조업과 내수 산업은 여전히 고전 중이다. AI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바이오, 로봇, 에너지 등 차세대 성장산업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차이가 9.64% 대 2.6%의 성장률 전망 격차를 낳고 있다.
역사를 돌아보면 특정 산업의 호황에 취했던 국가들은 변화의 시기를 놓치곤 했다. 일본이 대표적이다. 일본은 1980년대 반도체와 전자산업의 성공에 안주하다 디지털 혁명의 흐름을 제대로 타지 못했다. 한국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은 분명히 축하할 일이지만 그것이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반도체를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반도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산업과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나라다. 반도체 특수에 취하지 말고 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제2, 제3의 성장 엔진을 키우고 산업 구조를 다변화할 때 비로소 한국 경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디지탈타임즈사설참조.